할머니와 할아버지


할머니와 할아버지
나는 우리 할머니와 할아버지를 태어나서 한번도 본 적이 없다.
그래서 아버지에게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만나게 된 계기를 물어보았다.


할아버지는 어렸을 때부터 근처에 살고 있던 할머니를 좋아했고 일찍부터 그 마음을 고백했지만, 할머니는
그 마음을 받아주지 않았다. 사실 할머니도 마음 속으로는 할아버지를 좋아했지만 할아버지를 좋아하던 또
다른 친구가 있었기 때문에 손을 뗐다고나 할까, 포기하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그러나 몇 년 뒤, 전쟁이 한참 치열해진 차에 할아버지도 나이가 되어 전쟁터로 끌려가게 되자, 어쩌면 죽을
지도 모른다라는 생각에 할머니에게 다시 한번 진지하게 고백했다.

「만약, 내가 돌아오면 함께 밭을 일구지 않겠소?」

물론 할머니는「예」하고 대답했다.


할아버지는 그렇게 전쟁터로 향했고, 할머니는 할아버지가 돌아오기만을 기다렸다. 그리고 할아버지가
전쟁터로 떠난지 2개월쯤 되었을 무렵, 전쟁은 끝이 났다. 할머니는 할아버지가 돌아올 것이라는 기대에 내심
너무나 기뻐했다.

그러나, 할아버지는 돌아오지 않았다.

필리핀 어딘가에서 전사한 것이었다.
할머니는 그것을 믿지 않으셨고, 언젠가 분명히 돌아올 것이라고 믿고는 할아버지가 말한대로 밭을 일구며
할아버지의 귀환을 기다렸다.

5년이 흐르고 10년이 흐르고, 주위 사람들도 모두 포기하고 다른 남자에게 시집을 가라고 말했지만 할머니는
계속해서 할아버지만을 기다렸다. 결국 54세를 일기로, 평생 독신으로 살다 병으로 돌아가신 모양이었다.


술에 취하면 우리 아버지는, 언제나 이 이야기를 한다. 눈가에 눈물을 글썽이며…


근데 아버지, 아버지는 언제 태어난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