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
1.
국내 언론에서 인용한 기사는 라쿠텐우먼의 'マーニーがラスト? ジブリが解散?!' 더군요. 라쿠텐우먼이란 곳이 언론으로서 인정 받는지 궁금해 일본인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포털 사이트인 야후 재팬에서 해당 기사 제목으로 검색해보니 아무것도 나오지 않더군요. 그래서 '스튜디오 지브리 해체설' 에 대한 기사를 쓴 언론이 단 한 곳이라도 있는지 검색해보니 당연하다는듯이 없더군요. 제가 볼 때 '라쿠텐우먼' 이란 곳은 '사이조 우먼' 과 별반 차이없는 곳 같더군요.
국내 언론들 중에서는 일본 언론에서 대대적으로 다룬 것 마냥 기사를 썼던데 ... 자신의 이름 옆에 기자 달고 글 쓰는 주제에 일본 포털 사이트가서 검색 한 번 해볼 생각도 못했는지 참 ... 한숨만 나옵니다. 네이버는 메인에 대놓고 걸어놨더군요.
2.
2년에 1편 꼴로 제작하던 스튜디오 지브리가 최근 2년 동안 3편이나 개봉할 정도로 의욕적으로 나가고 있는 상황에 난데없는 자금 압박에 이은 해체설이라니 참 어처구니가 없습니다. 자금 압박이 심한 애니메이션 제작사가 2년에 1편 제작할 여력 밖에 없던 회사가 갑자기 어디서 돈이 투자되어서 비슷한 제작비를 투자해야하는 극장판 애니메이션 2편을 더 제작할 수 있었을까요?
'카쿠야 공주 이야기' 는 미국 개봉을 앞두고 카구야 공주 역에 클레이 모레츠가 성우로 발탁되었고, 추억의 마니는 극장 개봉과 함께 작품전 같은 것도 열었더군요. 자금 압박으로 해체설에 시달리는 회사치고 참 다양한 활동을 보여주십니다.
3.
일본 영상물 제작사들은 한국 영상물 제작사들과 달리 극장 개봉 수입보다 부가판권 수입을 통해 막대한 수입을 거둡니다. 특히 스튜디오 지브리의 작품들은 대여는 물론 판매로도 높은 매상고를 올리기 때문에 일본 영화계에서 최고 수준의 제작비를 투자해도 회사를 꾸려나가는 것은 물론 다양한 부가 활동을 펼치는데도 무리가 없었던 겁니다. 게다가 이런 고정 수입 덕분에 일본 애니메이션 전문 제작사들 중에서 유일하게 전직원을 정규직으로 채용할 수 있었던 것이기도 합니다.
혹자들은 이게 큰 부담이 된다고 말하는데 이런 고용 정책 덕분에 2년에 1편 꼴로 제작하던 것을 2편, 3편까지 제작할 수 있는 힘을 가지게 된 것이라 도리어 회사나 투자사 입장에선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과 스즈키 토시오 사장의 현장 은퇴에도 불구하고 부담을 덜 수 있는 것이기도 합니다. 만약 정말 자금 압박에 이은 해체설이 사실이라면 정직원으로 고용된 일본 최정상급 스튜디오 지브리産 애니메이터들 다수가 경쟁사들로 이직해야 하는게 당연한데 왜 그런 내용의 기사나 인터넷 썰 등이 화제가 되지 않을까요?
4.
일본 박스오피스 TOP10을 보면 항상 일본에서 제작한 극장판 애니메이션 한 두 편 정도가 순위에 오릅니다. 단순히 도라에몽, 명탐정코난, 장기 방송 중인 TV애니메이션의 극장판 버전 뿐만 아니라 스튜디오 지브리의 작품들처럼 오리지널 극장판 애니메이션들이 제작되어 개봉합니다. 그만큼 이 업계에서는 극장판 애니메이션 제작 투자에 대한 의욕이 강하며 최근 겨울왕국이 일본내에서 대성공도 이런 의욕에 불을 지폈을 겁니다.
스튜디오 지브리의 작품은 제작비 이상으로 흥행 수익을 기록하는 일본의 몇 안되는 애니메이션 제작사입니다. 스튜디오 지브리의 작품이 제작되는 동안은 다른 애니메이션 제작사에서 애니메이터를 고용하지 못해 방송일을 연기하거나 개봉일을 뒤로 늦추는 일이 생기기도 합니다. 스튜디오 카라의 안노 히데아키가 인터뷰에서 에반게리온Q의 개봉일을 뒤로 늦출 수 밖에 없다고 말한 것에 대한 이유로 현재 스튜디오 지브리에서 다작을 하는 바람에 일본의 실력좋은 애니메이터들이 죄다 그쪽 일을 하고 있어 우리에게 힘을 빌려줄 여력이 없다는 앓는 소리를 하기도 했었습니다. 그 만큼 스튜디오 지브리의 작품 제작에 대한 일본의 관심도 투자는 대단합니다.
이런 회사가 자금 압박으로 해체 위기에 놓였다는 주장을 신뢰할 수 있을까요? 이런 주장을 하려면 적어도 '추억의 마니' 가 감독의 입봉작인 '마루 밑 아리에티' 93억엔의 절반도 못 미쳤을 경우와 동시에 차기작 제작이 없다! 라는 스즈키 토시오 사장의 인터뷰가 나온 후에나 하는게 나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