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세' 김희애 vs '39세' 엄정화
[OSEN=이혜린 기자] 비슷한 시기에 출격한 연상연하 로맨스 드라마 JTBC '밀회'와 tvN '마녀의 연애'가 여러 면에서 비교되고 있는 가운데, 극중 나이차가 단 한살인 김희애와 엄정화의 상이한 캐릭터 설정도 눈길을 끈다.
성공한 40세 직장인 오혜원을 묘사하고 있는 김희애와 화려한 39세 기자를 연기하고 있는 엄정화는 극중 차이가 한살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캐릭터 표현에 있어 차이점을 보이고 있다. 같은 연상연하 소재이지만, 장르에 따라 어떻게 변주될 수 있는지 여실히 보여주는 것. 상류층의 이면을 깊숙이 파고드는 '밀회'와 통통 튀는 로맨틱 코미디를 표방한 '마녀의 연애' 속 '연상녀'를 비교해봤다. 어느 쪽에 이입할 것인지는 시청자의 몫이다.
# 팍팍한 일상에 찌든 40세 직장인 오혜원
오혜원은 서한예술재단 기획실장으로, 연봉 1억원을 자랑하는 고소득층이다. 그러나 실상은 전혀 화려하지 않다. 서로 못잡아 먹어 안달인 상사들의 비위를 맞춰야 하며, 공식 업무를 떠나 온갖 사적인 잡무와 비리에 연루된 일 뒤처리가 오히려 주업무다. 넓은 집과 고급 승용차, 모두 이 끔찍한 직장생활이 가져다준 것이라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에 참고 견디고 있다.
사생활은 더 엉망이다. '꿀피부'는 물론이고, 갸날픈 몸매까지 그대로 유지하고 있지만, 남편 강준형(박혁권 분)과의 사이는 '쇼윈도' 부부에 불과하다. 남편은 친구이자 상사인 영우의 옛남자였는데, 두 사람 사이는 친밀함 보다는 사업적 필요성이 더 주를 이룬다. 애틋한 과거라도 있는가 하면, 20대엔 경제적으로 풍족하지 않은 상황에서 음대 공부를 하느라 연애를 제대로 즐기지도 못했다.
그래서 연하남과의 만남은 자신의 결핍을 채워준다. 갑자기 등장한 이선재(유아인 분)는 오혜원이 거의 잊고 있었던 순수, 열정 등을 대변한다. 지금은 비리의 한가운데 있지만, 한때 순수하게 음악이 좋아 음악을 전공했던 예전을 떠올릴 수 있고, 한동안 남의 일이라고만 생각했던 로맨스의 주인공이 될 수 있게 해준 것. 오혜원이 재벌 회장의 유혹에도 아랑곳 없이 자존심을 지키던 식당 종업원과의 만남에서 제대로 깨진 후 곧바로 선재를 찾는 장면은 의미심장하다.
유부녀, 스승 등의 위치로 인해 이선재와의 관계는 금기에 해당하는데, 그래서 오혜원의 일상은 하루하루가 스릴 넘친다. 그리고 이는 아이러니하게도 이선재와의 관계를 더 뜨겁게 만들고 있다.
# 골드미스 그 자체 39세 특종기자 반지연
반지연은 세상을 뒤흔드는 특종을 '밥먹듯이' 하는 성공한 커리어우먼이다. 높은 연봉에, 나쁜 성격에, 처절한 외로움까지, 그동안 세상이 골드미스로 규정해놓은 캐릭터를 고스란히 재현한 인물. 로맨틱 코미디에서 반지연이 얼마나 힘들게 일을 하는지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자전거를 훔쳐타고 도로를 질주하고, 교복 입고 학교에 침투하는 등의 보여주기식 미션이 더 중요한 상황.
독신녀의 외로움은 아무리 반복돼도 훌륭한 코미디 소재이긴 하다. 반지연은 집에 누워있다가 그대로 변사체로 발견되는 상상을 하고, 후배들로부터 노처녀 히스테리라는 불만을 듣는다. 포장마차에서 홀로 술잔을 기울이고, 결혼하라는 엄마의 압박에 각종 굴욕도 겪는다.
그래서 연하남과의 만남은 판타지를 충족시켜준다. 그의 인생에 불쑥 끼어든 윤동하(박서준 분)는 술집에서 공개적인 망신을 당할 뻔한 위기에서 그를 구해주고, 홀로 술을 먹고 주사를 부릴 때 곁을 지킨다. 훤칠하고 잘생긴 연하남이 옆에 있음으로써, 남자 빼고 다 완벽했던 반지연의 조건을 완성시켜주는 셈이다. 그래서 윤동하와의 관계는 기존 재벌2세와의 멜로 드라마만큼 판타지가 될 전망. 별볼일 없는 백수 설정이지만 알고보면 또 자퇴한 의대생이라는 '보호장치'도 해뒀다.
가장 믿을만한 것은 역시 엄정화의 연기력이다. 다소 전형화된 골드미스 캐릭터지만, 그동안 깊이있는 연기력으로 호평 받아온 엄정화를 만나면 다를 수 있다는 기대가 생기는 것. 아직 방송 초반이라 크게 다뤄지지 않았지만 반지연의 상처 등이 드러나는 등 입체적인 면모도 묘사될 전망이라 관심을 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