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가 구명조끼를 입혀줬는데 나만 남았어요.”
16일 낮 12시50분쯤 목포한국병원에는 다섯살 난 권지연양이 홀로 앰뷸런스를 탄 채 실려왔다. 담요에 둘러싸인 지연양은 의료진의 도움으로 응급실에 들어갔다. 어깨까지 내려온 지연양의 머리카락은 물에 흠뻑 젖어 있었다. 하얗게 질린 얼굴로 지연양은 “주변에 가족들이 없었다”고 겨우 입을 열었다.
서울에 사는 지연양은 이날 부모, 오빠와 함께 세월호에 탔다. 지연양의 가족은 이사를 하기 위해 집을 알아보려고 제주도로 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사고로 세월호가 침몰하기 시작하자 오빠 규혁군은 동생을 다독이며 구명조끼 벨트를 채워줬다. 규혁군은 지연양보다 겨우 한 살 많은 여섯살이다.
16일 침몰한 세월호에서 구조된 권지연(5)양이 의료진에 안겨 병원으로 이동하고 있다. 권양은 오빠가 입혀준 구명조끼를 입고 있다가 주변 승객들의 도움으로 구조됐지만, 권양의 부모와 오빠는 생사가 확인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가족들의 생사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지연양은 의료진에게 부모의 휴대전화번호를 알려줬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다만 오후 늦게 서울에 거주하는 지연양의 고모부와 연락이 된 것으로 확인됐다. 지연양의 고모부는 의료진과의 통화 후 바로 목포로 내려왔다.
지연양은 특별한 외상은 발견되지 않았지만 가족과 떨어진 충격으로 의료진과 취재진의 질문에 말문을 닫았다.
나이가 어리고 충격이 클 수 있다는 점 등을 감안해 의료진과 경찰은 지연양을 일반 병실에 입원시키지 않고 별실을 마련해 보호하기로 결정했다.
병원 관계자는 “지연양이 별실에서 많이 안정된 모습을 보였다. 말도 잘하고 저녁식사도 잘 마쳤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