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
먼저 영화관은 집에서 가까운 CGV 용산으로 선택했고, 4000원에 볼 수 있는 조조로 봤습니다.
가격이 싸다는 점도 있지만 누구보다 빨리 보고 싶다는 마음이 강했습니다.
어제 예상했던 것처럼 객석은 스튜디오 지브리 작품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비어있었습니다. 아침 8시 50분 개봉이라 그런 것이겠지만, 괴물도 같은 시각에 봤을때 꽉 찼던 것과는 대조적이더군요. 뭐! 벌써 700만명이 넘은 작품과 비교할 수 없지만 그래도 영화표 값은 같으니 ...
먼저 소감을 말하기 이전에 앞서 저는 '어스시의 마법사' 를 보지 않았습니다.
개인적으로 스튜디오 지브리를 매우 좋아했기 때문에, 그들이 내놓은 애니메이션을 거의 대부분 구매했으며, 다양한 저장매체로 제작된 제품을 소장중에 있습니다.
그럼 제가 본 느낌을 있는 그대로 말씀 드리겠습니다.
참고로 아래 내용중 80% 이상은 누설(스포일러, 네타)가 있으니 조심하면서 봐주세요.
[스튜디오 지브리 작품만의 상상력, 위트, 감동, 아이디어 부족]
미야자키 하야오가 감독으로서 해왔던 작품속에서는 누구나 납득할만한 환타지 세상을 그들만의 상상력으로 표현해냈고, 그것을 관객은 뜨거운 호응으로 감싸주었습니다. 하지만 게드전기에서는 그런 부분이 거의 없는 것이 아니라 전무합니다. 마치 진지한 환타지 소설의 내용을 그대로 옮기는데에만 주력한 모습을 여실히 보여준 것이라 생각됩니다. 아무리 원작이 대단하다고 해도 자신들의 색깔에 맞추어 각색하는 것은 감독의 의무감이고 지금까지 그들을 사랑해준 관객에 대한 보답입니다.
지금까지 스튜디오 지브리의 작품은 진지한 주제를 가지고도 웃음을 잃지 않도록 하려고 노력한 흔적이 이곳 저곳서 잘 보여줍니다. 주인공 일행보다도 조연급의 캐릭터들의 과장된 얼굴 표정, 웃음을 유발할 수 밖에 없는 대사나 캐릭터 설정 등으로 대체해 굳이 코믹적인 요소를 무리하게 넣지 않고도 얼마든지 관객을 웃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잘 보여줬습니다. 이런 것이 필요한 이유는 바로 애니메이션을 자주 접하는 어린아이, 어린아이들을 데리고 오시는 부모님들 때문입니다. 그리고 일본의 자존심이라 할 수 있는 스튜디오 지브리의 작품 때문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게드전기에서는 테나와 테루를 험담하는 두 아주머니의 잡담 정도와 그들의 과장된 행동이 전부. 개인적으로는 거미의 휘하의 있는 행동대장이 보다 코믹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않을까 기대했지만 ... 그에게 그런 행동을 할 수 있는 여유를 거미라는 마법사 캐릭터가 주지 않았습니다.
권선징악의 패턴으로 제작되는 작품은 감동은 당연히 수반됩니다. 미야자키 하야오 작품도 매번 좋은 결말로 끝을 맺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매번 눈물 찡~ 하는 감동을 줍니다. 게드전기 역시 그런 감동을 주기는 하지만 캐릭터들의 대한 정보가 부족했기 때문에 관객의 주인공들에 대한 감정이입의 정도가 너무 약해서 감동을 받아야할 장면 특히 오늘 극장내에서 아렌과 테루의 포옹신에서 별로 없는 관객이었지만 웃음소리가 나오더군요. 솔직히 삐뚤어져있던 남녀가 뭔가에 의해 깨달게 되면서 남을 배려하고 삶이라는 것의 소중함을 알게되었다는 부분을 아름답게 표현한 장면인데도 불구하고 웃음소리가 나올 수 밖에 없었는지 ....
바람의 계곡 나우시카에서는 개인 비행정, 거신병이 등장하고, 천공의 성 라퓨타에서는 다양한 종류의 비공정, 로봇 병사, 천공의 성이 등장하고, 모노노케 히메에서는 대규모의 멧돼지들의 진격, 이웃집의 토토로에서의 토토로들, 센과 치히로에서의 이계의 모습, 하울의 움직이는 성에서는 움직이는 성과 마법사와 전쟁과으 관계 등을 여실히 보여줬지만, 게드전기 ... 뭘 보여주셨나요? 거미가 액체로 변해서 이동하는 모습과 테루가 용으로 변하는 것 정도.
[왜! 게드전기인가? 아렌전기, 테루전기가 아니라!]
'게드전기' 에서 '게드' 는 대현자 '하시타카' 를 뜻합니다.
대현자라는 것은 마법사들의 정점에 위치한 사람으로, 게임으로 치면 아마도 레벨 10의 '아크메이지' 가 아닐까 싶군요. 여하튼 그런 정도의 능력을 가진 마법사인 만큼 원작의 어스시의 마법사라는 제목도 납득이 가고, 게드전기라는 것도 납득이 갑니다. 하지만 본 작품을 보시면 왜! 게드전기인지 스스로에게 물어보게 될 것입니다.
본 작품속에서 대현자인 게드가 하는 일이라고는 주인공인 '아렌' 을 데리고 다녔고, 몇번 구해준 것을 제외하고는 일반적인 성인 남자와 별다른 차이가 없는 모습만 보여줍니다. 대현자 답게 예지력은 보여주지만, 세상을 통채로 먹겠다는 '거미' 와 더불어 과연 마법을 사용할 수 없는 마법사만이 존재하는 어스시인지 잘 보여주는 부분입니다. 이미 반지의 제왕에서도 간달프가 특별히 강력한 마법을 사용하는 장면이 나오지 않는 점과 일맥상통하지 않나 싶습니다. 게드가 사용하는 마법은 잃어버린 것을 찾는 주문과 라이트닝 정도. 솔직히 마법을 사용하지 않는 이유는 아무래도 세상의 밸런스를 유지하기 위해서가 아닐까 싶군요.
이런 게드이기 때문에 그의 손으로 거미를 잡는다던지 아렌의 삐뚤어진 성격을 되돌려준다던지의 활약을 하기 보다는 거미에 인질이 되어 사형집행까지 가게되는 무력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거미의 야욕을 깨부수는 것은 아렌과 테루로 솔직히 마법사는 망석만 깔아주고, 활약은 이 두 사람이 알아서 다 해나갑니다.
[스튜디오 지브리 작품 사상 가장 삐뚤어진 남녀 주인공들]
위에서도 언급했다시피 '아렌' 은 두개의 인격 때문에 아버지의 배를 칼로 찌르고, 아버지의 마법검을 훔쳐 도망가고, '테루' 는 자세한 출신 배경은 모르지만, 부모에게 버림받아 테나에게 보호를 받지만 그녀 역시 낯을 많이 가리며, 시종일관 찡그린 표정으로 일관합니다.
'아렌' 은 그 흉폭한 또 다른 성격으로 '테루' 를 구해주면서 첫 만남을 갖지만 바로 꺠어지며, 그 둘이 그나마 서로 마음을 푸는 부분은 테루의 마음을 이해해주는 아렌의 모습을 봤을때입니다.
삐뚤어졌다고 보는 것은 바로 아렌과 테루가 시작부터 중반까지 살아가는 것에 대해 그다지 행복을 느끼지 못하고 죽기만을 바랬기 떄문으로 전연령 작품으로서는 도저히 어울리지 않는 구성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지금까지 스튜디오 지브리의 작품속에서는 남녀 주인공은 고난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했던 것과 정반대라 쉽게 납득이 가질 않더군요. 차라리 지브리의 작품을 보지 않았다면 문제없었겠지만 전작이 미치는 영향이 워낙 컸기 떄문에 불만요소가 될수도 있는 것 같습니다.
[캐릭터 및 캐릭터들과의 인과관계]
작품의 시작이 이후의 시나리오나 결말과 전혀 관련 없다는 점과 주인공인 '아렌', 아렌과 나쁜 마법사 '거미' 를 물리치는 '테루' 와의 관계 및 테루의 출신이나 배경도 전무. 대현자로만 알고 있고 별다른 활약이 없는 '하시타카' 와 테루와 하시타카와 관계를 맺고 있는 '테나' 역시 작품상에서는 무녀라는 것조차 알 수 없습니다. 게다가 '아렌' 은 한 나라의 왕자인데도 불구하고 그가 없어진 이후로 단 한번도 그에게 관심을 갖는 가족이나 충신, 국민 등이 전혀 나오지 않으며, 게다가 아렌의 모국에 대해 단 한번도 언급하지 않습니다.
'하시타카(게드)' + '아렌' + '테루' 와 밀접한 관계 및 대립하고 있는 나쁜 마법사 '거미' 는 온세상을 자신의 손아귀에 넣는다는 말을 하지만 그녀가 부리는 군대는 고작 행동대장 1명에 무능한 졸병 6명 정도. 반지의 제왕에서의 대규모 전투 같은 것을 초반부터 포기하게 만들어 버렸습니다.
세상을 삼키려는 야욕을 실행한다던 마법사 '거미' 는 마치 마스터급의 마법사로 등장하지만 아렌의 어이없는 마법검 한방에 팔이 숭덩 날라가버리면서 자신이 가진 힘의 90% 빼앗겨버립니다.
그리고 대현자라는 마법사 '게드' 는 자신이 들어가는 공간이 빛의 속성을 지닌 마법사에게는 쥐약과도 같다는 것을 모르고 들어가 무능한 거미의 수행부대에게 포박당하는 수치를 당하기도 합니다.
[원작을 읽지 않은 사람은 이해할 수 없는 스토리]
본 작품은 원작인 '어스시의 마법사' 의 본편이 아닌 외전중 하나를 이용해 만들었다고 들었습니다.
외전이기 떄문에 원작을 보지 않았어도 나름대로 재미를 줄 것이라 생각했지만, 위에서 언급했듯이 제목에도 등장하는 '게드' 가 왜 대현자가 됐는지, 로크 마법학원이라는 곳은 어떤 곳인지, 테나가 어떻게 해서 빛의 세계로 인도받을 수 있었는지, 테루가 용인 이유는 무엇이고, 작품 제일 처음 등장한 용 두마리는 누구이고, 왜 싸우게 됐는지? 아렌은 왜 아버지를 칼로 찌르고, 칼을 빼앗아 왔는지? 아렌의 몸속의 또 다른 인격이 들어가게된 이유는? 아렌이 살고 있던 곳은 어떤 곳이며, 그의 성장 배경 등이 의문점으로 남게 됩니다. 이런 의문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원작을 읽어야만 이해할 수 있을 듯 합니다.
다빈치 코드가 원작을 읽지 않고 보면,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고 했던 관객들의 평이 왜 그랬는지 게드전기를 보고 난후 확실히 알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일본에서 열렸던 선행 시사회가 있고 난 후 스토리를 이해할 수 없었다는 이유를 역시 알 수 있었습니다.
[좋은 음악가들을 찾아낸 것은 나름대로의 성과]
음악을 그다지 좋아하지도 않고, 즐겨 듣지는 않지만 어차피 애니메이션, 영화, 드라마를 볼 떄에는 음악을 듣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이번 게드전기에 삽입된 오프닝, 엔딩의 보컬곡과 테루가 들판에서 부르는 노래까지 전부 다 마음에 듭니다. 센과 치히로나 모노노케 히메 등에서 삽입된 보컬곡 보다는 확실히 대중적인 곡들이어서 금방 인기몰이를 할 듯 합니다. 단지 원작이 대성공을 해야겠지만요.
[캐릭터 일러스트나 작화의 수준은 높지만 거친 유화풍의 배경은?]
원안은 미야자키 하야오가 담당했기 떄문에 캐릭터나 오브젝트들의 작화는 무리없이 잘 해나갔지만, 배경은 시간이 촉박했던 것이 이유였는지 아니면 돈 문제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대충 대충 유화풍으로 떼운 느낌이 들었습니다. 좋게 본 사람도 있었겠지만 지금까지 스튜디오 지브리의 작품을 봐온 저로서 이것이야 말로 극장판이니까 가능한 것이라! 하게 만들어준 것이 바로 환상적인 배경과 대규모의 시가지 모습. 그 시가지속에서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사람, 동물, 구름, 햇빛, 바람들을 표현줬는데 이번 게드전기에서는 그런 부분을 단 한장의 유화풍의 배경만으로 떼웠습니다.
솔직히 떼웠다는 표현이 그렇기는 하지만 워낙 전작에서의 임팩트가 강했기 때문에 비교가 된다고 말을 하지 않을 수 없더군요. 감독마다 생각하는 것이 다르다고는 하지만 좋은 점은 계속해나갔어야 하고 3년이란 긴 시간을 허비했다는 생각마저 들더군요. 영화를 다 보고 마지막 스탭롤에서 DR MOVIE의 애니메이터들의 이름들이 꽤나 많이 보였는데, 왠지 침울하더군요.
[결과적으로]
전에 뉴스의 내용을 인용해 포스트를 작성한 적이 있는데,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게드전기의 시사회를 마치고 별다른 언급없이 또 다시 후속작의 소재를 찾기 위해서 새로운 프로젝트를 개시했다는 소식을 왜 다뤘는가 싶었더니 제가 스스로 영화를 보니 이해를 하겠더군요.
솔직히 저 스스로는 실망스러운 평가를 했지만, 아마도 저와는 보는 관점이 다르신 분은 재미있게 보셨을지도 모릅니다. 게다가 원작을 보신 분이라면 저와는 달리 참맛을 느끼는 계기가 되셨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저 역시 '춤추는 대수사선' 극장판을 처음 봤을때에는 지루해서 잠만 왔지만 그 이후TV판과 스페셜판을 모조리 다 섭렵한 후 다시한번 본 '춤추는 대수사선' 극장판 1기, 2기는 대만족이었습니다. 그리고 국내에 발매한 극장판 DVD도 모조리 구입했고, 일본에서 발매한 '춤추는 대수사선 퍼펙트 콜렉션'(이름이 다를 수 있습니다.)을 비싸돈을 지불하고 구입했을 정도입니다.
저 역시 앞으로 제 결정과는 상관없이 9번은 봐야 하지만 지금과 같이 원작에 전무한 상태가 아닌 국내에 발매된 '어스시의 마법사' 전권을 다 본 후 나머지 9번을 볼 예정입니다. 다른 분들도 원작을 보지 않으셨다면 꼭 원작을 본 후에 극장에 가셔서 재미있게 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