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빚
아이 셋을 기르며 살고 있었지만 3년 전, 아내가 다른 남자를 만들어 도망쳐버렸다.
자영업으로, 아내에게 모든 경리를 맡겨두었기 때문에, 비밀로 빚까지 만들어 둔 사실을 몰랐다.
집에는 야쿠자들이 들이닥쳤다. 아내를 완전 신뢰한 것도, 배신당한 것도 모두 내 책임이라는 빚쟁이의
말이 옳은 것일까. 진심인지 위협인지 모르겠지만 참치잡이 원양어선을 타라는 말까지 들었다.
나는 너무나도 힘겨워 아이 셋을 데리고 동반자살을 하려고 했다. 죽을 곳을 찾아 차로 먼 산을 향해
달렸는데, 아이들은 오랫만에 나들이(?)에 신이 났던지 마구 까불며 떠들었다. 때는 딱 마침 얼마 전
벚나무들이 다 졌을 무렵으로,「아빠, 벚꽃이 다 져버렀어요」라는 딸의 말에「조금 늦었지」하고
아무렇지도 않게 대답했다. 그러자「응, 그럼 내년에 또 오자!」라고 딸이 미소 지으며 말했다.
갑자기 눈물이 마구 흘러넘쳤고, 나는 차를 멈추고는 세 아이를 꼭 끌어안았다. 살 희망이 마구 솟아왔다.
그랬더니 야쿠자고 뭐고 아무 것도 두렵지 않았다. 협박따위 당하던지, 맞던지 말던지(실제로 야쿠자들은
때리지 않았다. 그러면 경찰 관계로 문제가 복잡해진다나?) 의연히 당당하게 현실에 직면하자 어느새
이야기가 통했고, 가게를 접고 어느정도 상황을 정리하자 100만엔 정도가 수중에 남았다. 나는 그것으로
기사회생을 할 요량으로 경마에 모두 걸었다가 탕진했다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