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원 ) 덕후탐구생활


소녀시대를 만들겠답시고
뭔 여자애들이 우루루 나와서 요리깝죽 조리깝죽 하는데
누가 누군지도 모르겠고 정신만 사납구나 싶어요.
그런데 자꾸자꾸 보다보니까
어, 근데 쟤는 이름이 뭐지.
이쁘네 하고 한 명 두 명씩 눈에 들어오기 시작해요.
그래도 아직은 얼굴과 이름이 조합이 되지 않는 애들이 더 많아요.
잊을만 하면 티비에 인터넷에 자꾸 소녀들이 얼굴을 들이밀어요.
자꾸 보다보면 정든다는게 맞긴 맞아요.
이젠 9명도 다 구분해요.
그래도 아직 굴욕짤 같은 것을 보면 호감이 짜게 식어요.
그래서 애써 못 본체 하고 잘 나온 사진들만 요리조리 찾아봐요.

시간이 좀 지났어요.

이제 8명이 다..아니, 9명이 다 예뻐보여요.
미치겠어요.
소녀시대 관련 기사만 나오면 어느새 광클을 하고 있어요.
어느정도 굴욕적으로 찍힌 사진도 이제 소화할 수 있어요.
너무 심하지만 않으면 굴욕짤마저 귀여워 보여요.
씨댕.
덕후 다 됐어요.

난 덕후구나, 하고 인정하니 세상이 부드럽게 흘러가는 것 같아요.
스케줄표도 확인하고 방송은 꼭 본방사수해요.
혹여나 본방사수를 못 했다면 꼭 다운받아서 바로바로 챙겨봐요.
이제 아무리 굴욕짤이라고 나온 짤들을 봐도 마냥 예뻐보이고 귀여워보여요.
콩깍지가 제대로 씌였어요.
싸인회나 공개방송도 하나 두개씩 슬금슬금 찾아가서 얼굴을 디밀어요.
팬 카페에서는 이미 우수회원이에요.

아니 근데 이게 웬일이에요.
마르지 않는 샘처럼 영원할 것만 같았던 빠심이 어째서인지 조금씩 말라가고 있어요.
사진을 봐도 예쁜 눈코입보다
커다란 대ㄱ..아니 머리가 먼저 들어와요. 원근법은 구라였어요.
점점 관심이 식고 열의도 사그라들어요.
본방사수는 심심할 때만 하고 다운로드는 받아놓고 보지는 않아요.
이걸 언제 다 보나 하는 생각에 귀찮기까지 해요.
또 쇼프로에는 왜이리 많이 나오는지,
다 챙겨보다간 내가 소녀시대인지 소녀시대가 나인지 모를 지경이에요.
팔딱 뛰겠어요. 하나하나 미뤄요.

팬 카페에도 점점 발을 끊어요.
가도 새 CF를 찍었다느니 드라마 OST를 불렀다느니 하는 소식들밖에 없어요.
예전이면 SM에게 고맙다고 감사엽서라도 보낼까 생각까지 했을 소식들인데 지금은 '돈독이 올랐구만'하는 생각만 들어요.
돈수만이에요.
그렇게 생각을 하니까 소녀들이 조금 가여워요.
어린 나이에 방송뛰고 무대뛰고 축제뛰고 아무튼 많이 뛰느라 힘들 것 같아요.

점점 아버지같은 마음의 덕후가 되기 시작해요.

짧은 옷을 입고 나오면 환호성보다
쯧, 하고 혀를 먼저 차고 감기는 걸리지 않을까 걱정해요.
씨댕. 씹덕이에요.
예전같으면 일주일에 오락프로 11개나 나온다고 자랑스러워 했을텐데
지금은 몸이 남아나긴 할 지 마음이 아파와요.

이제 굴욕사진을 봐도 짜게 식거나 홀딱 깨지 않아요.
그렇다고 마냥 예뻐보이는 것은 또 아니에요.
그냥 'ㅋㅋㅋㅋ열라 못생겼다'하고 놀리며 웃어요.
하지만 상관없어요.
딸래미가 못생겼다고 싫어하는 아버지는 없어요.


제가놋북이라 집에가서브금올릴게여~
출처는 하도많이펌질당해서 원출처는 모르겟지만
일단전 썬갤에서 봤었긴한데 그것도 펌인진모르겟구
제가쓴건아니에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