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학 다녀온 여성은 결혼정보회사 등급 하락.jpg
결혼정보업체들은 회원들을 대상으로 등급을 매깁니다. 그런데 등급을 매길 때 자취 경험들이 있는 여성들은 낮은 평가를 한다고 합니다. 해외 유학을 다녀온 여성 역시 결혼정보업체들이 점수를 낮게 주는 대상자라고 합니다. 왜 이런 경험을 한 사람들이 결혼 대상자로 낮은 평가를 받아야 하는 걸까요? 이 문제를 취재했던 국민일보 정부경 기자와 SBS 러브 FM 한수진의 SBS 전망대가 나눈 인터뷰 전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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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수진/사회자:
어른 세대들은 오늘 이야기 고개 갸우뚱 할지 모르겠는데 다시 한 번 하나하나 여쭈어 봐야겠어요. 일단 결혼정보업체들이 학창시절 자취경험 있는 미혼자들 낮게 평가한다는데 이게 사실인가요?
▶ 정부경 기자 / 국민일보:
네. 그렇습니다. 저희가 취재를 위해 결혼정보회사 몇 곳에서 실제 상담을 받아 본 결과, 대부분의 업체가 자취 경험을 부정적인 조건으로 꼽았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실제 상담도 받아봤더니, 자취 경험에 대해 부정적으로 나오더라 이거죠.
그리고 외국인 교류 동아리에 가입했던 경험 역시 그렇고요?
▶ 정부경 기자 / 국민일보:
네. 맞습니다. 사실 결혼정보업체에서 대학 시절 동아리 활동까지 세세하게 적어내라. 라고 하고 있지는 않지만 외국인 교류 동아리 활동 사실이 알려질 경우 업체 내에서 상당한 등급 하락 요인이 되는 것으로 조사되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해외 유학 경험. 이 대목도 눈길을 끄는데, 호주라는 나라에서 유학 경험 있는 분들. 낮게 평가한다는 것이 사실인가요?
▶ 정부경 기자 / 국민일보:
네. 사실입니다.
▷ 한수진/사회자:
그래서 어느 정도 결혼정보 업체를 통해서 얻은 사실인가요?
▶ 정부경 기자 / 국민일보:
저희가 서울과 수도권의 결혼정보 업체 5곳에 문의한 결과 4곳에서 3가지 요소. 그러니까 호주 유학, 자취 경험, 외국인 교류 동아리 활동이 감점 대상이라고 답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이 업체들은 이름만 대면 알만한 그런 대표적인 결혼정보 업체였나요.
▶ 정부경 기자 / 국민일보:
네. 관심이 있는 분들이라면 모두 알만한 곳들이죠.
▷ 한수진/사회자:
위에 세 가지 조건이 남녀 모두 적용되는 항목이었나요?
▶ 정부경 기자 / 국민일보:
그렇지는 않습니다. 남성의 경우에는 여성 측에서, 자취 경험이 없어야 한다든지. 외국인 교류 동아리 활동 경력이 없었으면 좋겠다. 라고 이런 식으로 따로 요구하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에 딱히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그러니까 남성 회원들이 이런 경험을 가진 여성회원들을 꺼린다.
이런 뜻으로 봐도 되겠네요?
▶ 정부경 기자 / 국민일보:
네. 맞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이걸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일단 자취 경험 있는 여성 꺼린다는 것. 어떻게 보세요?
▶ 정부경 기자 / 국민일보:
아무래도 혼자 객지에서 살다보면 생활이 흐트러지고 문란해질 수 있지 않았겠나. 하는 생각이 작용했을 겁니다. 실제로 부모 재산이 200억 원 이상인 남성만 가입이 가능하다는 서울 청담동의 한 결혼정보 업체 관계자는, 남자 집안에서 자취 경험 없이 부모님과 같이 살아온 여성이나 아예 해외 유학 경험이 없는 여성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남성관계가 복잡하지 않았겠나. 하는 편견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이게 생각에 따라서는 고약한 편견일 수 있겠어요. 사실 해외 유학 가서 열심히 공부한 여성들 많잖아요. 이 분들로서는 아주 기분 나쁠 것 같은데요.
▶ 정부경 기자 / 국민일보:
여성 입장에서는 상당히 진이 빠지는 일이죠.
▷ 한수진/사회자:
여러 국가들 중에서 한 국가를 특정했던 것.
왜 호주 유학이 더 문제시 되는 걸까요?
▶ 정부경 기자 / 국민일보:
아무래도 몇 년 전부터 호주에서 활동하는 한국인 성매매 여성이 급격하게 늘어난 것이 이 같은 편견에 한 몫 하지 않았나. 하고 분석합니다. 실제로 2007년에는 한국 여대생들이 워킹 홀리데이 비자를 받고 호주에서 불법 성매매를 하다가 우리 경찰에 적발된 적이 있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그래서 호주 유학 경험에 대한 편견이 있다는 말씀이시군요.
외국인 교류 동아리 활동 경험 역시 같은 이유 때문일까요?
▶ 정부경 기자 / 국민일보:
네. 맞습니다. 상대적으로 성문화에 개방적인 외국인 친구들과 어울려 놀면 같이 개방적인 성향이 되지 않겠나. 하는 편견이 있는 겁니다. 실제로 지난 6월에 서울에 한 사립대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에, 외국인 교류동아리 회원을 모집한다는 글이 올라왔더니 댓글에, 백인 한 번 만나보려는 여자애들이 들어가는 곳이 아니냐. 문란하기로 소문한 곳인데 아직도 여기 지원하는 사람이 있느냐. 라는 식의 댓글이 아주 많이 달렸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그러면 결혼 정보업체에서 이런 상담하고 기분 나빴던, 불쾌했던, 고민했던 그런 사례 자들도 있겠어요.
▶ 정부경 기자 / 국민일보:
저희가 만났던 한 25살 직장인 여성의 경우에는 지방에서 서울에 올라와서 자취 생활을 포기하고 일부러 할머니 댁에 머물고 있는 케이스 이었습니다. 이분 같은 경우는 나중에 결혼정보 회사에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한다는 소문이 마음에 걸렸다고 합니다. 또 서울에 한 여대 학생은 외국인 교류 동아리에 들어가려고 하다가 선배들이 거기 문란하다고 만류해서 포기했다고 털어놨고요.
▷ 한수진/사회자:
그런 사실들이 실제로 있었다는 말씀이시고요. 결혼정보 업체들. 그러면 이런 경력 있는 신청자들에게는 어떻습니까. 불이익 같은 것을 주는 것인가요. 등급 말고도요.
▶ 정부경 기자 / 국민일보:
조건이 남들보다 떨어진다고 하는 이야기를 많이 하죠.
▷ 한수진/사회자:
돈을 더 요구하거나 그런 경우도 있습니까?
▶ 정부경 기자 / 국민일보:
네. 그렇습니다. 실제로 몇 개 업체에서는, 좋은 남성을 만나려면 이 같은 경우에는 가입비를 더 내라고 요구했고요. 이런 요소들은 상대적으로 사회적 인정을 덜 받는 직업을 갖는 경우나 재산이 많이 부족한 경우와 동일 선상에 놓는 것이죠.
▷ 한수진/사회자:
아무리 그래도 대충 대답하거나 피해갈 수 있는 그런 상황이 아닌가요?
▶ 정부경 기자 / 국민일보:
그렇죠. 건강검진이나 유전병 검진결과도 제출해야 하는 곳도 많은데
이 같은 요소들 상당히 꼼꼼하게 체크하고 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그런데 일단 가입비를 더 내거나 하면
이런 조건을 조금 더 좋게는 바꾸어줄 수는 있는 모양이죠?
▶ 정부경 기자 / 국민일보:
아무래도 돈을 더 내면 상대적으로 더 좋은 남성을 소개시켜 주겠다. 라고
호객행위를 하고 있는 겁니다.
▷ 한수진/사회자:
취재하면서 여러 가지를 느끼셨을 것 같은데,
이건 분명히 남녀 차별적인 성향이 있는 것이죠?
▶ 정부경 기자 / 국민일보:
네. 그렇죠. 앞서 인권위는 지난 2005년과 2010년에 각각 장애인과 키 165cm 이하 남성의 가입을 거절한 결혼정보 회사에 대해 시정공고를 내린 적이 있습니다만 아직까지는 여성 편견에 대한 공고라든지. 그런 게 내려진 바는 없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이번 사안 같은 경우도 인권위 같은 곳에 호소해볼만한 소지가 있다고 보세요?
▶ 정부경 기자 / 국민일보:
네. 그렇죠.
▷ 한수진/사회자:
요즘 보면 결혼정보업체 찾는 분들 많으신 것 같은데, 결혼정보 업체들이 이런 문제 곰곰이 생각해볼 필요가 있어 보이네요.
▶ 정부경 기자 / 국민일보:
네. 결혼정보 업체는 사회상을 무엇보다 빨리 반영하는 분야중 하나인데요. 우리 사회에 상당히 여성에 대한 혐오가 널리 퍼져있음을 반증하는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 한수진/사회자:
분명 이런 문제에 대해서는 시정이 필요해 보인다. 이런 말씀이시군요. 편견으로 가득 찬 황당한 결혼정보 회사의 등급의 실체에 대해서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지금까지 국민일보 정부경 기자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