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3cm男과 173cm女의 연애이야기


안녕하신지요

바람이 너무나 따가운데 다들 옷들은 따듯하게 입고 다니시는 지요?

추운데 멋부린다고 괜히 생살에 소름 돋게 입지 마시구

따땃하게 입고 다니세요




어언 6여년전 19살 20살~ 언저리 무렵 이야기 입니다

당시 저는 160cm 초반의 그야 말로 초초초 단신 남이었죠.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그치만 나름의 유머러스함과 노래방에 놓는 정신줄에 반하는 희안한 분들 덕분에

몇번의 연애 경험은 있었습니다

다만


여자 키가 170이 넘으면 여자가 아니고 '자이언트' 다

라는 자기비하적인 고정관념을 갖고 있어서

저와 교제를 나눴던 여인들은 전부 158~165 사이였습니다


그러던중, 어찌어찌하다 알게된 2살 연하의 173女

너무나도 큰키 제가 우러러봐야 하는 키

하늘을 우러러 부끄럼 한점 없이 살았다고 자부하지만 (개뻥입니다)

그녀를 우러러볼수록 한없이 작아지더군요


그래서 넌 동생 난 오빠야 라고 선을 딱 긋고 있었습니다


물론 그녀가 절 좋아한다는 생각은 아예 하지도 못했구요

그리고 진짜 쓰잘데기없는 허세와 자존심이 한창 강했던 시절이어서

같이 번화가를 걸으면 항상

"넌 50m 뒤에서 따라와"

라고 내뱉고는 혼자 휘적휘적 걸어 다녔습니다

그런데 사람이 참 웃긴게 자주 만나다 보니 또 점점 좋아지네요



그치만 키에 대한 컴플렉스로 자격지심을 갖고 있는 저에게

그녀는 너무도 높은 벽이었습니다

마치 요즘 개콘 슈퍼스타에 나오는 장신 개그우먼과 단신 개그우먼 같다고 할까

그래서 마음표현도 못하고 그냥 혼자 간직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그녀가 문득


"오빠는 참 안아주고 싶은 사람이야"

어장관리하나 이


그 후에 그녀 메신져 대화명이 제이름으로 되있고

제가 로그아웃하면 그녀의 미니홈피 다이어리엔 제 이름이 수없이 적혀져 있는 걸 보곤

깨달았습니다


키큰 여자 눈에 키작은 남자도 남자로 느껴질 수 있구나


그렇게 풋풋한 사랑이 시작 됐습니다



첫키를 하게 되던날

제 고향엔 밤에 오면 항상 편안함을 느끼게 해주는 '뚝방' 이 있었습니다

그녀와 그 뚝방 길을 걷다가 가만히 서서 그녀를 힐끔 올려다 봤습니다

마법의 깔창을 모르던 시절이니 한없이 올려다 볼 수 밖에

눈을 깜박 깜박 거리는 그녀를 향해

온 전신의 힘을 발가락 끝에 모아 모아

제 인생 최대의 곡예 '까치발'을 시전해서

그녀의 입술에 제 입술을 박치기를 하곤

한 5초정도 뛰어가서


"야! 남자가 올려다보면 알아서 허리를 수그려야지! 마할노무 지지베야!!!

근데 너 오늘 따라 왜이렇게 이쁘냐!!!"


라고 외치고 다시 그녀에게 뛰어왔더니

그녀가 제 머리를


쓰담 쓰담 해줬습니다


니가 내 엄마냐 이



같이 번화가를 걸으면 스리슬쩍 제 겨드랑이 사이로 들어오는 그녀의 손



겨털을 다 뽑아버릴 작정이냐 이


"니랑 내랑 팔짱끼믄 누가봐도 이모랑 조카다 손떼라"


맘에도 없는 말을 하고 또 혼자 빠르게 걸으면

제가 세걸음 걸을 거리를 한걸음 만에 걸어와선

다시 겨드랑이 사이로 손을 쏙 집어 넣는 그녀


내 암내나 니 손에 다 베버려라 이



같이 식당에서 밥을 먹어도 앉은 키가 더 큰 그녀

같이 카페에서 차를 마셔도 앉은 키가 더 큰 그녀

같이 걸어 다니면 조카와 이모 사이 같았던 그녀

하지만 그 긴 허리를 제 키에 맞춰 한참을 수그려서

머리를 쓰다듬어 달라고 하던 그녀









그리고

















키가 183이었던 내 친구랑 바람난 그여자
















6년이 지난 지금 어디에서 뭘 하고 있는지 모르지만

170이 넘는 여자도 자이언트가 아니라 여자라는걸 알게해준 너에게 참 감사했고

김건모의 잘못된 만남이 6년이 지난 지금 까지 아리게 들리게 해준 니가 참 밉지만

지난 과거를 회상해보면 까치발을 들어 니 주디에 키스를 했던 내 입술을 털어버리고 싶지만

그래도 한번은

한번은 다시 보고 싶다



허구가 아닌 6년전 고3에서 스무살로 넘어갈 무렵

경상북도 영x시 에서 있었던 실화 입니다